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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소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국내의 웹툰이 원작이며 2023년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하였습니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의 화려한 출연진으로 화제가 된 재난 스릴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난영화를 참 좋아하는데요, 콘크리트 유토피아 재난영화 중에서도 디스토피아적 성향이 강한 영화입니다. 그렇다면 디스토피아가 무엇이냐? '유토피아 Eutophia'에 부정 접두어인 'Dis'를 붙여 '디스토피아 Distophia'라는 합성어가 탄생했습니다. 유토피아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를 뜻하는 단어이며 디스토피아는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으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끔찍한 세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중에서 '디스토피아' 영화를 예로 들자면 설국 열차가 있습니다. 식량과 자원이 부족해진 미래세계에 어둡고 추운 설산을 달리는 설국 열차, 모두 한 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이렇듯 빛과 희망이 사라진 어두운 미래를 그려낸 작품을 디스토피아 장르라고 합니다. 디스토피아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인류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기존의 종말 재난영화와는 색깔이 약간 다른 점은 디스토피아 영화에는 '계급'이 분명히 나눠집니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는 '지배하는 계급'이 있고(인간이 될 수도 있고 기계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어떤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지배당하며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계층이 발생합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

    세상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해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건물들이 붕괴됩니다. 이 곳에서 딱 한 채의 아파트가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았는데요, 이게 바로 영탁(이병헌)이 살고 있는 황궁아파트입니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로 몰려들고, 모두를 수용할 수 없었던 황궁아파트의 주민들은 생존자들을 받아줄 것인지, 쫓아낼 것인지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 회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외부인들을 차단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립니다. 그때부터 아파트를 지키고자 하는 주민 VS 살아남기 위해 아파트에 들어가고자 하는 외부인간의 대결구도가 형성이 되고 아파트 내에서도 내부 분열이 일어나면서 '황궁아파트'를 통해 이 세상의 시스템이 무너진 모습, 그리고 다양한 인간 유형을 보여줍니다.

     

    '아파트'라는 무대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거주용 건축물, 그 이상일 겁니다. 특히 서울과 같이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는 빼곡히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각 세대의 창문을 통해 다른 세대를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콘크리트 유토피아>라는 제목은 이 삭막하고 닭장 같은 도시를 너무나도 적절하게 풍자해 버린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제가 한창 '콘크리트 공학'을 공부하며 최소철근비와 균열을 계산하고 있을 때여서 예고편이 뜨자마자 당장 보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대체 황궁아파트는 어떻게 지었길래 혼자 살아남았을까요? 저는 그 아파트만 특히 튼튼하게 지었다기보다는 황궁아파트 103동이 서있던 그 자리의 '지반'이 유난히 튼튼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성과 생존을 위한 본능 사이의 갈등

    박보영이 연기한 '명화' 라는 인물은 이러한 재난상황일수록 서로 돕고 뭉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대표 몰래 외지인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기도 하고 외지인 차단 정책에 끊임없이 반기를 들며 영탁(이병헌)의 눈에 계속 거슬리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반면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이라는 캐릭터는 현시대 대한민국의 평범한 2030 사람들을 대변하는 캐릭터 같았습니다. 이 사회의 구조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내 신념과 많이 다르지만 결국 이 사회 속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조직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인간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민성'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안쓰럽고 슬픈 감정이 들었습니다. 조직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나서서 바꿔볼 용기는 없는 저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서지 않으면 오늘 하루 발 뻗고 잘 수는 있기에 생존을 위해 순응합니다. 대부분의 젊은 한국인들이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기 때문인 건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관람평에는 '명화'라는 인물에 대한 비판으로 도배가 되어있습니다. '민성'이 가족을 지켜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폐만 끼치고 암을 유발하는 캐릭터라는 평이 지배적인 점에서 안타깝고 슬픈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지라,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들이 생존 본능이 발동하여 저지른 악행이나 어떤 이기심에 대하여 무조건 비판을 쏟아부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제가 재난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보는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인간들의 모습을 염탐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다양한 인간상을 아주 다채롭게 보여주었고 저는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명화' 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