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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펜하이머> 소개

     

    2023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공개되었습니다. 킬리언 머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멧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케네스 브래너, 플로렌스 퓨 그리고 조쉬 하트넷까지.. 쟁쟁한 배우들과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의 전기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영화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카이 버드와 마틴 J. 셔원이 공동 집필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생을 그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승리와 비극>이라는 책을 기반으로 영화화된 작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을 항복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면서도 그가 감당해야 했던 도덕적, 윤리적 고민에 초점을 맞춰 오펜하이머의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enheimer)는 이론 물리학자로, 2차 세계 대전 중 최초의 원자폭탄을 생산한 비밀 연구 개발 프로젝트였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그의 연구는 1945716일 뉴멕시코 사막에서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 폭발로 이어졌는데, 이 실험이 바로 '트리니티 실험' 입니다. 트리니티 실험에서 성공적으로 폭발한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은 인류의 기술적 업적에 한 획을 그었고 역사의 흐름을 영원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1945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최초로 원자 폭탄을 투하함으로써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거둘 수 있었고 그 때부터 세상에 핵 시대가 열리고 인류는 파괴력이 어마무시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 것입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인류에 엄청난 공헌을 하게 된 오펜하이머는 "원자 폭탄의 아버지"라는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연구에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는 그 후 몇 년 동안 오펜하이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그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는 별명을 얻게 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세계에서 불을 가져다가 인간 세상에 불을 제공하고 인간들이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죄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형벌을 받게 된 전설 속의 신입니다. 인간은 '불'을 사용하면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발전하지만 그 '불'은 방화 등의 무서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은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맥락인거죠. 

     

     

    You are the man who gave them the power to destroy themselves. and the world is not prepared.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 본 <오펜하이머>의 연구 분석

     

    • 필요 VS 결과

    원자폭탄에 대한 오펜하이머의 연구를 지지하는 한 가지 윤리적인 주장은 2차 세계대전을 끝내고 더 이상의 생명의 손실을 막을 필요가 분명히 있었다는 점입니다.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폭격은 일본의 항복으로 이어졌고, 뒤이어 독일이 항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맞이할 수 있었으니, 잠재적으로는 더 길어질 수도 있었던 것을 막은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히로시마와 나가시키 현에서 죽어나간 수만명의 민간인들과 아직까지도 방사능 노출로 인해 고통받는 후손들에 대한 피해를 낳은 결과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 양날의 검

    오펜하이머와 그의 동료들은 원자폭탄이 가진 양날의 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그들은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원자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하지만, 사실 원자 폭탄은 그보다는 강력하고 거대한 대량 살상무기를 만드는 데에 그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는 부분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이들의 연구가 가지고있는 어마무시한 파괴력에 대해서 과연 과학자들에게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겨납니다.

     

    • 오펜하이머의 후회

    영화에서는 오펜하이머의 연구 개발 과정과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청문회에서 질문을 받는 장면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핵실험을 반대하던 과학자들은 오펜하이머에게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계속 질문을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고 원자 폭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는 등의 애매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스트로우스라는 과학자는 오펜하이머를 위선자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보입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그가 개발한 폭탄으로 초래된 참담한 결과를 수습해 보려는 시도는 있었습니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비용을 축소하고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국제 협력을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총평

     

    양자 역학이니 물리학이니 이과 천재들로 가득한 이 영화를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반 기대반으로 <오펜하이머>를 보게 되었는데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천재 과학자의 고뇌와 심경변화를 따라가다보니어느새 영화가 끝나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저의 편협한 선입견으로는 '오펜하이머'라는 위대한 과학자에 대해 그의 업적을 기리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그린 <오펜하이머>는 오히려 위선과 무책임함에 대한 질책이 많이 담겨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문회 내내 어떻게든 질문을 피하고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모습과 패닉과 멘붕으로 힘들어하는 천재의 모습이 진하게 남았습니다.